인간의 일상적으로 발현되는 반응의 정형화된 양태로서 인간 행동의 특성은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동물의 행동과 유사한 행동성향이고 다른 하나는 동물에게는 발견하기 어려운 성향이다. 확실히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동물계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점에서 동물과 유사한 점이 많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인간과 동물과의 유사성을 애써 발견하려 하지 않거나 인정하기를 꺼려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생물학자들과 인류학자들의 끈질긴 지적 호 김심에 힘입어, 이제는 인간과 동물 간에는 경계가 그렇게 뚜렷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유사함 점도 상당히 많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특히 영장류들도 체계성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권력관계도 있고, 규범과 제재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족원의 생존과 새끼 보호를 위한 어미의 헌신과 새끼와의 밀접한 유대, 형제끼리의 우애와 유대, 상당히 절제된 놀이 등도 인간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위험은 피하려 하고 편안함을 추구하며 먹이는 먼저 취하려는 자기 생존 욕구도 인간이나 동물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이렇게 본다면 자녀양육과 가족원 생계유지를 위한 부모의 희생, 청소년들의 동료 간의 유대와 놀이 등은 인간만이 고유한 특성이라고 할 수는 없다. 공동체 생활에 장애가 되는 인간들의 이기주의라고 하는 것도 알고 보면 동물에게도 똑같이 있는 자기 생존 욕구가 발현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인간의 행동이지만 동물과 큰 차이가 없는 행동들은 인간이 하는 행동이기는 하지만 동물적 본능의 성향에 가깝다. 그것은 인간성이라든가 개성 또는 인간다움이라는 속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조금 심하게 표현하면 우리가 그토록 강조하는 모성애나 형제애 그리고 이웃 간 유대라는 것도 인간답다고 평가할 수 있는 주요한 준거가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인간성, 인간다움이라고 구분 지어 말할 수 있는 인간만의 행동특성은 무엇인가?
첫째, 상징과 의미를 창조하고 학습할 수 있다.
상징이란 일과 사물을 분류하거나 묘사할 수 있고 가치나 신성성을 포함하고 있으며, 행위의 실천적 지침을 제공하기도 하는 추상적 구성물을 가리킨다. 그리고 이 상징에 포함되어 있는 명명, 가치와 신성성, 행위의 실천적 지침 등 상징의 내용물 일체를 의미라고 하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언어와 문자이다.
언어와 문자는 각각에 포함되어 있는 의미를 바탕으로 미세하고 다양한 현상을 구분 지어 묘사할 수 있고 의사소통을 가능케 하며, 행위를 통제하기도 한다. 그런 뜻에서 의미와 상징은 문화를 이루는 핵심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보하난 (P. Bohannan)은 동물과 다른 인간의 특성으로 문화능력의 소유를 들었는데, 상징과 의미의 창조와 학습능력을 달리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상징과 의미의 창조와 학습을 통하여 인간들은 이질적인 집단끼리도 어울려 살고, 거대한 조직체를 이룰 수 있게 된다. 인간의 예술 생활, 일정한 규칙에 의거한 운동경기, 행위 통제 기제로서의 규범과 가치의 공유 등도 의미와 상징의 창조와 학습이라는 고유한 특성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렇게 볼 때 인간의 존엄성, 인권, 사회적 의무, 다양하고 복잡한 혈연관계, 거대한 권력구조 등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것 모두가 인간들의 의미와 상징의 창조와 학습이라는 특성 때문에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자기 성찰과 비판적 분석을 할 수 있다.
자기 성찰이란 자신 이외의 객체는 물론이고 자신의 행동과 사고의 흐름까지도 객관화하여 고찰할 수 있고 객체의 존재와 성향 그리고 자신의 행동과 사고의 성향을 조절하기 위하여 선택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성향을 말한다. 그리고 비판적 분석이란 그러한 자기 성찰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존속과 질을 기준으로 일과 사물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며 변화를 꾀하는 성향을 말한다.
이와 같은 인간만의 행동특성은 미드가 말하는 마음이나 제임스가 상정한 자아라고 하는 인간에게서만 발견할 수 있는 독특한 속성 때문에 가능하다. 즉 다른 사람과 주변 세계의 속성을 상징적으로 나타낼 수 있고 의미를 부여하며, 상상을 통하여 미리 예측도 하고 자신의 행동을 적절히 조절할 수 도 있는 마음 또는 자아라는 속성 때문에 자기 성찰이나 비판적 분석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러한 인간만의 특성 때문에 인간의 본능적 반응을 제어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사는 방법을 개발하기도 하고 이상이라든가 신의 존재를 주장하거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뿐만 아니라 자기 성찰과 비판적 분석이라는 독특한 특성 때문에 개인과 집단의 새로운 시도와 대안 탐색이 가능하게 되며 개인의 발전은 물론 공동체가 평화롭고 안락한 희망의 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다.
'인간행동과 사회환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행동을 연구하는 학문 (0) | 2020.09.24 |
---|---|
인간행동의 연구동향 (0) | 2020.09.24 |
인간행동의 의미와 유사 개념들 (0) | 2020.09.09 |
생태계 일원으로서의 인간 (0) | 2020.09.08 |
인간행동의 이해 필요성 (0) | 2020.09.07 |